국내 증권사 리서치 경쟁 구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주요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종합 선두로 올라서며, 시장의 시선이 다시 ‘리서치 본질’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평가는 다수의 기관투자가와 펀드매니저들이 참여해 실제 투자 현장에서의 활용도와 신뢰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한 명성이나 과거 이력이 아닌, 현 시점에서 누가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을 제시하는가가 핵심 기준이었다.
■ 세대교체와 조직 재편, 결과로 증명하다
신한투자증권의 반등은 우연이 아니다. 과거 핵심 인력 이탈로 리서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몇 년간 외부 인재 영입과 내부 육성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며 체질 개선에 집중해 왔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리서치센터의 연령 구조다. 주요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 다수가 30대라는 점은, 분석 방식과 시장 접근법이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제약·바이오, 미디어, ESG, 거시경제 등 변동성이 큰 영역에서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안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도 신선한 신호로 읽힌다.
■ 하나증권·메리츠증권, ‘베테랑의 저력’은 여전
한편, 장기간 상위권을 유지해온 하나증권은 일부 부문에서 순위가 조정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화학·정유, 은행, 2차전지 등 핵심 산업 분석에서는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특정 애널리스트들이 수년간 연속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산업 전문성의 깊이를 다시 한 번 입증한 사례다.
메리츠증권 역시 다수의 부문에서 최상위 평가를 받으며 리서치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반도체, 전기전자, 소비재 등 경기 민감 업종에서의 분석 정확도가 강점으로 부각됐다. 업계에서는 “단기 트렌드보다 구조적 변화에 집중한 리포트가 강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디지털 자산·ETF…새로운 전장 열린다
이번 평가에서 주목할 부분은 디지털 자산과 ETF 분야의 부상이다. 새롭게 주목받는 영역에서 비교적 젊은 애널리스트가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점은, 증권사 리서치가 전통 산업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신설 부문’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자 관심사의 이동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주식·채권을 넘어 가상자산, 패시브 투자 전략까지 분석 영역이 확장되면서, 리서치센터의 역할 역시 재정의되고 있다.
■ 숫자보다 중요한 건 ‘신뢰’
이번 평가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리서치 경쟁의 핵심은 더 이상 보고서의 양이나 화려한 전망이 아니다. 투자자가 실제로 참고하고,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분석인가가 기준이 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증권사 리서치가 다시 신뢰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라며 “누가 더 정확히, 더 솔직하게 시장을 해석하는지가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서치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이 나왔던 시점에서, 다시 ‘리서치 명가’라는 표현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순위 경쟁이 아니라, 자본시장이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방향 전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