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액자산가의 숫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자산을 불리는 방식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중심이었던 기존 자산 증식 공식에서 벗어나, 주식과 금융자산이 새로운 핵심 투자처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국내 부자는 47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못 미치지만, 증가 속도는 여전히 가파르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향후 몇 년 안에 고액자산가 규모가 5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산 규모별로 살펴보면 계층 간 격차는 더 뚜렷해진다. 중상위 자산가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반면,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자산가와 300억원을 웃도는 초고자산가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부자 집단 내부에서도 자산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산 구성의 변화도 눈에 띈다. 최근 조사에서 한국 부자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는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부동산 자산 증가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주식시장 강세와 금융상품 수익률 개선이 맞물리면서, 부자들의 자산 증식 무게중심이 부동산에서 금융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1인당 평균 금융자산 역시 꾸준히 증가해, 고액자산가의 자산 규모는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금융자산 증가 폭이 부동산을 앞질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같은 흐름은 투자 인식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부자 절반 이상은 향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주식을 꼽았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도 주식 선호 비중이 크게 높아졌으며, 중장기 관점에서도 주식이 가장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기 유행으로 보지 않는다.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대기보다, 금융시장 변동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적 전환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부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는 부동산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주식·대체자산·기타 금융상품 비중이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자산 격차 확대와 함께 투자 방식의 고도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부의 축적 방식 역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부자들의 선택은 앞으로 국내 자본시장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