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는 당분간 동결 기조에 들어섰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대출 금리는 오히려 더 가팔라지고 있다. 은행권 자금 조달 비용을 반영하는 코픽스(COFIX)가 최근 큰 폭으로 뛰면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실수요 대출 전반에 부담이 빠르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 자금 조달 비용이 먼저 움직였다
코픽스 상승의 배경에는 은행의 실제 자금 조달 환경 변화가 있다. 정책금리는 멈췄지만, 금융채 금리가 오르고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이 재개되면서 은행의 평균 조달 비용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기준금리와 무관하게 ‘대출의 기준선’이 위로 밀려난 구조다.
▲ 변동금리 대출자에게 직격탄
코픽스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의 핵심 기준이다. 지수가 오르면 은행은 이를 반영해 대출 금리 구간을 일제히 상향 조정한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들은 신규·기존 차주를 가리지 않고 금리 상·하단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 카드론까지 번지는 금리 압박
문제는 은행 대출에 그치지 않는다.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예금 기반이 없어 채권 발행에 더 의존한다. 최근 여전채 금리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카드론·현금서비스 같은 고금리 금융상품도 추가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가계 금융의 하단까지 비용 부담이 내려오는 셈이다.
▲ ‘영끌’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
이번 금리 상승 국면은 단순히 무리한 차입의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기준금리가 멈춰도 시장 금리가 먼저 반응하고, 그 부담이 금융 소비자에게 순차적으로 전가되는 구조가 명확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한국 가계 구조에서는 충격이 더 크게 체감될 수밖에 없다.
▲ 정책 신호와 체감 사이의 괴리
통화 정책의 메시지는 ‘안정’이지만, 시장을 통해 전달되는 신호는 ‘긴축의 연장’에 가깝다. 기준금리와 대출 금리의 괴리가 커질수록 정책 신뢰도 역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가 아니라, 이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