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로 예정된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 전반에서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상당수 기업이 법 시행이 노사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경영계 조사에 따르면, 매출 규모가 큰 기업 대부분이 개정 노조법과 관련해 추가적인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은 법 시행 자체보다도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했다.

▲ “하청 노조 교섭 확대, 분쟁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원청과 하청 간 노사관계 변화다. 사용자 범위가 넓어지면서,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실질적 지배력’과 같은 개념이 법률상 명확하지 않아, 해석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손해배상 책임 제한과 관련해서도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까지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며, 현장에서의 노사 갈등이 오히려 증폭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 보완입법 요구 압도적…“불확실성 해소가 우선”

설문에 응한 기업 거의 전부는 국회 차원의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장 많이 제시된 요구는 ‘법적 기준이 명확해질 때까지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어 경영상 판단이 쟁의 대상이 되는 범위와 사용자 개념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경영계는 “법 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모호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정부 “무조건 면책 아니다”…연내 가이드라인 예고

반면 정부는 개정 노조법이 모든 노조 활동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책임이 적용되며, 사용자성 판단과 노동쟁의 범위를 둘러싼 혼선을 줄이기 위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개정 노조법을 둘러싼 논쟁이 단순한 찬반 구도를 넘어, 노사 간 신뢰 회복과 제도 안착을 위한 조율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시행까지 남은 시간 동안 입법·행정적 보완이 어디까지 이뤄질지가 향후 노사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